작년 이맘때쯤, 그 독특한 매력에 푹 빠져 키우기 시작한 골든볼 라미네지.

구피와는 확연히 다른 행동 패턴과 사육 방식 때문에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많았고, 본의 아니게 용궁으로 보낸 아이들도 많았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쭉 애정을 쏟으며 키우고 있는 종이랍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 일년 전 처음으로 데려왔던 첫 수컷 녀석이 어이없게도 구석에 끼여서 별이 되고 말았어요.
최근 들어 암컷이랑 사이가 조금 데면데면해진 것 같아 둘만 따로 붙여놨었는데, 끼임사라니요.. 어찌나 허무하던지 모릅니다.

마음이 조금 씁쓸하긴 했지만, 그래도 남은 치어 세 마리와 암컷 두 마리, 그리고 먼저 간 수컷이 남겨둔 유일한 아들내미 수컷 한 마리까지 총 6마리를 정성껏 잘 키워보자 다짐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우리 집 장남 수컷을 보니 제법 지느러미도 길어지고 성어 티가 팍팍 나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암컷과 함께 둬봤더니, 글쎄 그새 쫄래쫄래 쫓아다니다가 덜컥 쌍을 맺어버리네요!
이제는 하도 오래 보다 보니, 행동만 봐도 '아, 둘이 쌍을 맺었구나' 하고 딱 알 것 같아요.

다행히 이 둘은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 사이인데요. 다만 암컷이 나이도 더 많고 덩치도 좀 더 큰 편이에요. 먼저 간 녀석에겐 미안하지만, 파릇파릇한 젊은 연하남이 적극적으로 들이대니 본능적으로 암컷도 싫지 않은 모양입니다. 둘이 아주 다정하게 알자리를 보러 다니고 있어요.
참 신기하기도 하고 묘해요. 그새 먼저 간 짝을 잊고 이렇게나 빨리 새 짝을 맺다니, 이게 바로 자연의 본능인가 싶더라고요.
이번 수컷은 제가 처음으로 알부터 받아서 성어까지 애지중지 키워낸 녀석이라 제게는 유독 애정이 남다른데요. 먼저 간 아비 녀석이 체형이 참 예뻤는데, 그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는지 둥글둥글하니 정말 예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성격은 또 얼마나 다정한지, 연상 누나(암컷)를 따라 최대한 적극적으로 알자리를 닦고 있네요. 주변에 다른 물고기가 얼씬거리면 앞장서서 든든하게 싸워주기까지 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제가 다 흐뭇하고 든든할까요? 훈훈하고 잘생긴 연하 남친 생긴 암컷 라미네지가 은근히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ㅎㅎㅎ